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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크

나무옆의자

라문찬 (지은이)

2023-12-01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살기 위해선 ‘그것’을 찾아야 한다!

학생운동 동지에서 원수가 된 두 남자, 그리고 의문의 죽음들
부비트랩처럼 팡팡 터지는 반전과 숨 막히는 서스펜스

첫 번째 트랙
학생운동의 모든 것, 이보다 더 뜨겁고 치밀할 수는 없다


학생운동의 역사와 계보, 그 실체에 대해 이보다 더 뜨겁고 치밀하게 다룰 수는 없을 소설, 라문찬의 첫 장편 『드보크』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드보크(Dvoke)란 간첩들이 공작금이나 권총 같은 장비를 전달할 때 쓰는 무인함을 뜻한다. 주로 인적이 드문 야산의 바위나 비석 아래에 구덩이를 파 이용하며, 최근에는 북한 대남공작원과 외국 이메일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교신하는 ‘사이버 드보크’가 적발되기도 했다.
소설은 많은 분량을 회상 형식을 빌려 1980년대의 학생운동 조명에 할애한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열정을 다 바치는 청춘들, 그들의 고민과 좌절, 사랑과 실연, 학생운동의 양대 진영인 NL(자주파)과 PD(평등파)의 대립과 갈등 등을 때로는 뜨겁게, 또 때로는 서늘하도록 냉정한 시선을 유지한 채 그려낸다. 일방적인 찬양도 비판도, 흑백논리도 찾아볼 수 없다. “회색빛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작가의 소명”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소설은 보수와 진보 어느 진영에도 치우치지 않는, 아니 그 어느 진영에서도 반기지 않을 회색빛 진실을 끈기 있게 추적한다. 그리하여 학생운동의 동지에서 정파의 대립으로 적이 된 두 남자를 주인공으로 폭력과 음모와 복수가 휘몰아치는 새롭고 독창적인 스릴러 소설이 탄생했다.

다시 시작된 악연, 잘나가는 국회의원과 ‘백수’ 같은 중장비 기사로 마주 선 두 사람

H대학 NL의 거두 안경석과 PD의 대표 김성찬. 1980년대, 학생운동으로 청춘을 불태운 두 남자가 30년 만에 재회했다. 세상에 다시없을 적으로. 학생운동가에서 어느덧 국회의원으로 변신에 성공한 경석은 옛 연인 미영의 투병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다시 만난 성찬은 한때는 친구이자 동지였고, 이후에는 이념의 대립과 삼각관계로 적이 된 사이다. 미영의 남편인 성찬은 경석의 방문을 못마땅해하면서도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 둘만의 시간을 갖도록 자리를 피해준다. 하지만 경석의 방문은 옛 연인의 문병이라는 순수한 목적 때문이 아니다. 그는 찾는 것이 있었고,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 자신의 정치생명을 단칼에 끝장낼 ‘그것’은 미영의 손에 있다. 30여 년 전, 호기심 많은 미영의 사랑을 붙들어두기 위해 위험한 물건인 줄 알면서도 경석 자신이 직접 요구해 만들었다가 미영의 수중으로 넘어간 것이다. 경석의 진정한 사랑을 확인받고 싶었던 미영은 죽어가면서도 끝내 그것을 돌려주지 않는다. 미영의 죽음 후 경석의 촉수는 성찬에게로 향한다.

납치와 고문, 그리고 자백이 가리키는 곳은?

미영의 장례가 끝난 며칠 뒤 경석은 강남의 일식집으로 성찬을 불러내 그것의 행방을 추궁했으나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한다. 초조해진 경석의 폭주가 시작된다. 조폭을 동원해 성찬의 집을 뒤지지만 여전히 그것을 찾지 못하자 급기야 성찬을 납치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시작된 물고문. 성찬의 얼굴에 수건이 덮이고 그 위로 고춧가루 물이 쏟아진다. 하지만 성찬은 괴로움에 신음하면서도 입을 열지 않는다. 경석은 성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낸다. 그리하여 마침내 성찬의 입을 여는 데 성공하고, 경석은 성찬이 말한 그곳, 까마득히 기억 속 저편에 밀쳐두었던 그곳으로 달려간다.
이 소설의 진짜 묘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성찬이 입을 열었다고 실망하지 마시라. 성찬의 입을 열었다고 안심하지도 마시라. 부비트랩처럼 팡팡 터지는 반전과 숨 막히는 서스펜스에 예상치 못한 전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트랙
의문의 죽음과 지하당 사건


은행 ATM 부스 앞에서 한 남자가 강도의 칼에 찔려 숨진다. 그는 기사 제보를 위해 월간한국의 김소미 기자와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범인이 지갑을 훔쳐 갔다는 이유로 단순 강도 살인사건으로 결론 내린다. 하지만 졸지에 제보자를 잃은 김소미는 이 사건에 의문을 제기한다. 고작 빈 지갑이나 훔치자고 피해자를 네 번이나 찌른 점, 단순 강도라고 치부하기에는 사전에 치밀하게 도주 동선을 설계한 점 등이 의심스럽다. 그러던 차에 참고인 조사를 위해 들른 경찰서에서 우연히 피해자가 20여 년 전 지하당 사건으로 실형을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학생과 노동자들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국가 전복을 모의한 사건이다. 김소미는 선배 기자인 강민재에게 도움을 청한다. 지금은 은퇴해 유튜버로 활동하지만 강민재는 한때 월간한국의 간판 기자였고, 특종 사냥꾼이라 불렸으며, 북한의 대남공작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그야말로 ‘간첩 전문 기자’였다. 김소미는 강민재를 통해 지하당 사건 관련자의 의심스러운 죽음이 세 건이나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우동식을 포함해 이 네 명에게는 조선노동당에 입당한 후 지하당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점과 사망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 사망 경위가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제 행동만이 남았다. 여러 관할 경찰서를 돌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는 등 열혈 신참 기자 김소미의 좌충우돌, 시끌벅적 취재가 시작된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한 인물,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들

“전 그놈들이 밉습니다. 미워요. 정간은폐가 결국 지들은 다 빠져나가고 잔챙이들만 희생시키는 꼬리 자르기 전략 아닙니까. 비열한 공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큰일을 도모하다가 잡혔으면 당연히 우두머리가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목숨 걸고 공작했던 사람들은 굶어 죽을 지경인데, 우릴 꼬여내서 간첩질을 시켰던 놈들은 가면을 쓰고 호의호식하면서 살아가는 현실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중략) 제가 구대서라면, 자신을 버린 사람을 파멸시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을 겁니다.” (311쪽)

지하당 사건과 관련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최준영의 발언이다. 구대서는 최준영의 직속상급이자 의문의 죽음을 당한 네 명 중 하나이다. 한참 울분을 토하던 최준영은 구대서에게서 들었다며 뜻밖의 말을 한다. 그것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단초가 되고, 서서히 한 인물이, 묻혔던 진실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꼬리를 잘라 잔챙이들만 희생시켰던 사람, 조직원들의 입이 가장 무서웠을 사람, 지하당 사건의 몸통.
소설의 타임라인은 1980년대 학생운동에서부터 “과거의 운동권 세력이 현실 정치에서 맹위를 떨치며 국가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어 나가던”(「작가의 말」) 2020년까지이다. 그동안 학생운동이나 운동권 활동가들을 다룬 수많은 소설이 있었고, 그들 대부분은 학생운동을 아름답게 묘사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시선은 냉정하다. 학생운동가들이 어떻게 현실 정치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힘을 모으고 권력을 유지하는지, 그들 조직문화와 사고를 낱낱이 파헤친다. 그래서인가, 탈고로부터 세상에 나오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격한 논쟁거리가 된다면 기쁠 따름”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이 소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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